디스크의 구조와 손상 메커니즘
허리디스크는 어떻게 손상될까요? 추간판의 해부학적 구조와 탈출이 일어나는 과학적 원리를 상세히 알아봅니다.
디스크란 무엇인가
디스크(추간판, Intervertebral Disc)는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위치한 구조물입니다. 우리 몸에는 총 23개의 디스크가 있으며, 요추부에는 5개의 디스크가 있습니다. 요추뼈 사이에 4개(L1-L2, L2-L3, L3-L4, L4-L5), 그리고 요추와 천골 사이에 1개(L5-S1)가 있습니다.
디스크는 척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걷기, 뛰기, 점프할 때 충격을 흡수하고, 허리를 굽히고 젖히고 돌리는 움직임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체중과 외부 힘을 고르게 분산하며, 신경이 지나갈 척추 간격을 유지합니다.
디스크의 해부학적 구조
디스크는 크게 수핵과 섬유륜 두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수핵 (Nucleus Pulposus)
디스크의 중심부에 위치한 젤리 같은 구조입니다. 70~9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프로테오글리칸이라는 단백질이 이 수분을 유지합니다. 탄력 있고 물렁물렁한 질감이 특징이며, 나이가 들면서 수분 함량이 감소합니다.
수핵은 마치 물풍선처럼 압력을 받으면 모든 방향으로 힘을 분산시킵니다. 이 특성 덕분에 척추가 다양한 방향에서 오는 힘을 견딜 수 있습니다.
섬유륜 (Annulus Fibrosus)
수핵을 감싸고 있는 질긴 섬유 조직입니다. 15~25겹의 콜라겐 섬유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층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약 30도 각도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바깥쪽은 단단하고 안쪽으로 갈수록 부드러우며, 수핵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고 있습니다.
섬유륜의 섬유는 마치 타이어의 코드처럼 교차 배열되어 있어 다양한 방향의 힘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종판 (End Plate)
종판은 디스크 내부 구조가 아니라, 디스크와 척추뼈를 연결하는 경계층입니다. 두께가 약 1mm인 연골 조직으로, 디스크의 위아래에 위치합니다. 혈관이 없는 디스크에 척추뼈의 혈관으로부터 산소와 영양소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디스크의 영양 공급 방식
성인의 디스크는 혈관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디스크는 어떻게 영양을 공급받을까요?
확산과 펌핑 작용
디스크는 두 가지 방식으로 영양을 공급받습니다. 첫 번째는 **확산(Diffusion)**으로, 종판을 통해 척추뼈의 혈관에서 영양소가 스며듭니다. 두 번째는 펌핑 작용으로, 움직임에 따라 디스크가 눌렸다 펴졌다 하면서 영양 교환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적절한 움직임이 디스크 건강에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디스크의 펌핑 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영양 공급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밤사이의 변화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키가 약 1~2cm 더 큽니다. 누워 있는 동안 디스크가 수분을 흡수하여 팽창하기 때문입니다. 하루 동안 활동하면서 압력을 받아 수분이 빠져나가고, 저녁이 되면 디스크가 납작해지면서 키가 줄어듭니다.
이런 이유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허리를 심하게 굽히는 것은 위험합니다. 수분을 많이 머금은 디스크는 압력에 더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디스크 손상의 단계
서울대학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는 『백년허리』에서 디스크 손상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합니다.
1단계: 미세 손상의 누적
섬유륜의 가장 안쪽 층부터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반복적인 잘못된 자세,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의 회전, 진동에 장시간 노출(트럭 운전 등)이 원인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통증이 거의 없거나 가벼운 불편감만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를 무시합니다.
2단계: 균열의 진행
미세 균열이 바깥쪽으로 확장됩니다. 섬유륜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균열이 진행되고, 수핵이 균열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간헐적인 허리 통증이 발생하며, "담이 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3단계: 디스크 팽윤 (Bulging)
섬유륜이 약해지면서 디스크 전체가 바깥으로 밀려나옵니다. 디스크가 사방으로 튀어나오지만 아직 섬유륜이 완전히 파열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지속적인 허리 통증이 있고, 때로 다리로 뻗치는 통증도 나타납니다.
4단계: 디스크 탈출 (Herniation)
섬유륜이 완전히 파열되어 수핵이 밖으로 나옵니다. 유형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 유형 | 설명 | 증상 |
|---|---|---|
| 돌출(Protrusion) | 수핵이 섬유륜을 밀고 나오지만 아직 연결됨 | 중등도 통증 |
| 탈출(Extrusion) | 수핵이 섬유륜을 뚫고 나옴 | 심한 통증, 다리 방사통 |
| 부골화(Sequestration) | 수핵 조각이 떨어져 나감 | 매우 심한 통증, 신경 증상 |
왜 뒤쪽으로 탈출할까?
디스크 탈출의 대부분(90% 이상)은 뒤쪽 또는 뒤옆쪽으로 일어납니다. 왜 그럴까요?
해부학적 이유
후방 섬유륜이 앞쪽보다 더 얇고 약합니다. 뒤쪽을 지지하는 후종인대도 중앙부만 덮고 있습니다. 여기에 앉거나 허리를 굽히면 수핵이 뒤로 밀리는 자세의 영향까지 더해집니다.
역학적 이유
허리를 굽히면(굴곡) 디스크 앞쪽은 압축되고, 디스크 뒤쪽은 늘어납니다. 그 결과 수핵이 앞에서 뒤로 밀려납니다.
정선근 교수는 이를 "젤리 도넛을 앞에서 누르면 젤리가 뒤로 밀려나오는 것" 과 같다고 비유합니다.
디스크를 손상시키는 동작들
가장 위험한 동작: 굴곡 + 회전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돌리는 동작이 디스크에 가장 위험합니다. 허리를 굽혀서 물건을 집으면서 몸을 돌리는 동작, 앉아서 뒤돌아보는 동작, 잘못된 자세의 골프 스윙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반복적인 굴곡
한 번의 굴곡은 큰 문제가 없지만, 반복되면 위험합니다. McGill 교수의 연구에서 돼지 척추를 반복적으로 굴곡시킨 결과, 수천 번의 반복 후 섬유륜에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실제 일상에서도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손상이 누적됩니다.
앉은 자세에서의 압력
자세에 따른 디스크 내 압력을 비교하면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서 있을 때를 100으로 기준으로 삼았을 때, 바로 누우면 25, 옆으로 누우면 75입니다. 바로 앉으면 140으로 서 있을 때보다 높아지고, 앉아서 앞으로 숙이면 185까지 올라갑니다. 앉아서 물건을 들면 275까지 치솟습니다.
| 자세 | 상대적 압력 |
|---|---|
| 바로 누움 | 25 |
| 옆으로 누움 | 75 |
| 바로 서기 | 100 |
| 서서 앞으로 숙임 | 150 |
| 바로 앉기 | 140 |
| 앉아서 앞으로 숙임 | 185 |
| 앉아서 물건 들기 | 275 |
핵심은 앉은 자세가 서 있는 것보다 디스크 압력이 높다는 것입니다. 앉아서 앞으로 숙이면 압력이 거의 2배가 됩니다. 이것이 사무직 종사자에게 요통이 많은 이유입니다.
디스크의 자연 치유 능력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디스크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섬유륜의 치유
손상된 섬유륜은 시간이 지나면 흉터 조직으로 치유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추가 손상을 피해야 하고, 움직임을 통한 펌핑 작용으로 적절한 영양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며, 수주에서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탈출된 수핵의 흡수
놀랍게도, 탈출된 수핵은 우리 몸의 면역 세포에 의해 흡수될 수 있습니다. MRI 추적 연구에서 탈출된 디스크의 66%가 자연 흡수되었습니다. 특히 큰 탈출이 작은 탈출보다 흡수가 잘 되며, 평균 6개월~1년에 걸쳐 흡수됩니다.
이것이 수술 없이도 디스크 탈출이 호전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맥켄지 운동의 원리
Robin McKenzie 물리치료사가 개발한 맥켄지 운동은 디스크 손상의 역학을 이용합니다.
기본 원리
허리를 굽히면 수핵이 뒤로 밀리고(위험), 허리를 젖히면 수핵이 앞으로 밀립니다(치료). 따라서 신전 운동(허리 젖히기) 을 통해 밀려나온 수핵을 앞쪽으로 되돌리고, 손상된 섬유륜이 치유될 기회를 제공하며,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정선근 교수는 이 원리를 한국에 보급하며, 매일 조금씩 맥켄지 운동을 하면 디스크 손상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디스크 건강을 위한 핵심 원칙
중립 자세 유지
척추의 자연스러운 S자 곡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요추의 전만(앞으로 굽은 곡선) 을 유지해야 합니다.
굴곡 최소화
특히 아침에, 그리고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허리를 굽히는 것을 피합니다.
정기적인 신전 운동
매시간 1~2분씩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으로 디스크 압력을 풀어줍니다.
적절한 움직임
장시간 같은 자세를 피하고, 정기적으로 움직여서 디스크의 영양 공급을 촉진합니다.
정리
디스크는 우리 허리의 충격 흡수 장치이자 움직임의 중심입니다. 이 정교한 구조를 이해하면 왜 특정 자세가 위험한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디스크는 수핵과 섬유륜으로 구성되어 있고, 손상은 점진적으로 누적되어 발생합니다. 굽히고 돌리는 동작이 가장 위험하며, 앉은 자세가 서 있는 것보다 압력이 높습니다. 하지만 디스크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고, 신전 운동이 디스크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요통을 스스로 진단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정선근. (2016). 『백년허리』. 사이언스북스.
- McKenzie, R. (1980). Treat Your Own Back. Spinal Publications.
- McGill, S. (2015). Low Back Disorders. Human Kinetics.
- Nachemson, A. (1981). Disc Pressure Measurements. Spine.
- Chiu, C.C. et al. (2015). The probability of spontaneous regression of lumbar herniated disc. Clinical Rehabilitation.